170년의 시간을 입다: 이상봉 디자이너와 완성한 가톨릭대학교 새 학위복
- 작성자 :대외협력팀
- 등록일 :2026.02.12
- 조회수 :670
가톨릭대학교가 개교 170주년을 맞아 새로운 학위복을 선보입니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히 더 세련된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가톨릭대학교가 어떤 대학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왔는지를 한 벌의 옷에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상봉 디자이너가 함께했습니다.
전통적인 상징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온 이상봉 디자이너는 이번 학위복에서도 가톨릭 전통이 지닌 상징성과 아카데믹 가운의 품위를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가톨릭 전통 복식의 형태와 정신을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재해석해 절제된 조형미 속에 권위를 담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졸업식 날 입게 될 학위복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난 170년의 시간을 한 벌의 옷에 어떻게 담아냈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CUK, 세 가지 가치로 설계된 학위복
이번 학위복은 CREDO∙UNITY∙KNOWLEDGE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CREDO (신앙)
가톨릭대학교의 건학이념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담아낼 것인지가 첫 번째 고민이었습니다. 십자가나 종교적 문양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는, 가톨릭 전통 복식에서 이어져온 형태와 정신을 실루엣에 녹여냈습니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나는 ‘가톨릭다움’을 선택한 것입니다.
UNITY (공동체)
학사에서 석사, 박사, 명예박사∙보직자로 이어지는 학위 체계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이어지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이번 학위복은 그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단계가 올라갈수록 디테일과 장식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공동체 안에서의 성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KNOWLEDGE (지성)
전체 실루엣은 수직성과 정제된 직선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는 대신 절개선과 면 분할, 배색 구조 자체가 상징이 되도록 설계해 학문의 엄숙함과 지적 권위를 담아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절제’가 기준이 되었습니다.
색으로 읽는 가톨릭대학교
이번 학위복은 색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블랙은 전통과 권위, 학문의 엄숙함을 담고,
블루는 진리와 지혜, 희망, 그리고 가톨릭대학교의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화이트·실버·골드는 현대성과 지성, 미래지향성을 더합니다.
각각의 색은 강하게 대비되기보다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아내는 색의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소매에 담긴 ‘성령의 비둘기’
이번 리뉴얼에서 특히 눈에 띄는 디테일은 소매입니다.
소매 실루엣은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날개에서 착안했습니다. 팔을 펼쳤을 때 완만하게 확장되는 곡선은,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순간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구조는 가톨릭 전통 복식의 넓은 소매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상징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실루엣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한 소매 장식은 학위 단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석사는 이선, 박사와 보직자는 삼선 구조로 구성되어 학문적 성취의 단계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학사의 망토, ‘출발점’을 상징하다
학사 학위복에는 망토형 실루엣이 적용되었습니다. 몸을 감싸듯 흐르는 이 형태는 학문의 길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장식은 최소화했지만, 실루엣 자체로 완성도를 높여 ‘출발점의 단정함’을 담았습니다.
이 디자인은 이후 석사, 박사, 명예박사∙보직자로 이어지는 학위복 체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후드와 스툴, 그리고 레터링
후드는 학위의 완성과 함께 주어지는 학문적 책임과 지적 사명의 무게를 담아내는 요소입니다. 목과 어깨를 감싸는 구조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학문적 성취에 따른 책무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석사 학위복은 스툴과 후드의 개념을 결합한 일체형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학문적 전문 단계로 진입하는 전환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박사 학위복은 전통적인 후드 구조를 바탕으로 한층 더 분명한 위엄과 권위를 드러냅니다. 명예박사∙보직자용 후드의 후면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자수를 더해, 최상위 학위가 지닌 상징성과 위상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스툴 전면에는 'THE CATHOLIC UNIVERSITY OF KOREA' 레터링을 수직으로 배치해 소속과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착·탈이 가능한 모듈형 구조로 제작되어 졸업식과 학위수여식, 의전 행사 등 상황에 맞게 연출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체계, 단계적 확장
새 학위복은 학사, 석사, 박사, 명예박사∙보직자로 이어지는 위계를 ‘단절’이 아닌 ‘확장’의 흐름으로 설계했습니다.
학사는 가장 절제된 구조로 출발하고,
석사는 스툴과 디테일 확장으로 전문성을 더합니다.
박사는 후드와 삼선 소매를 통해 권위를 한층 강화하며,
명예박사∙보직자는 최상위 의례적 상징으로 그 체계를 완성합니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깊어지는 구조입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형태로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학위복 리뉴얼은 ‘더 화려하게’가 아니라, ‘가톨릭대학교다움을 어떻게 오래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CREDO∙UNITY∙KNOWLEDGE라는 세 가지 가치와 가대 Blue를 중심으로 한 색의 상징, 성령의 비둘기 모티프와 절제된 실루엣, 그리고 가톨릭 전통 복식의 현대적 재해석까지.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 170년의 시간을 담은 새로운 학위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앞으로 졸업식 날 우리가 입게 될 이 옷은 단순한 행사 의상을 넘어, 가톨릭대학교의 이름과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우리의 여정을 함께 담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170년의 시간을 담은 새로운 학위복은 이번 학위수여식에서 처음 공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