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영국 법인 법인장 양성수 동문 (국제관계학과 01)
- 작성자 :대외협력팀
- 등록일 :2025.10.22
- 조회수 :42
- 영국 시장에 4개 브랜드 론칭…한 국가에 여러 브랜드 확장해 가는 특별한 경험
-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면 관심과 시도, 몰입 이어져
Q1. 양성수 동문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톨릭대학교 국제관계학과 01학번 양성수입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영국 법인 법인장으로 영국과 북유럽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최초 사무실 임대와 같은 기반 구축부터 조직 구성, 나아가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인 Laneige, Innisfree, 최근에는 AESTURA의 현지 진출과 사업 운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유럽과 영국 시장은 저에게 의미 있는 무대입니다. 10여 년 전 해브앤비 재직 시절 Dr.Jart+를 유럽과 영국에 처음 소개했고, 지금까지 총 네 개의 브랜드를 영국 시장에 선보이며 모두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매출을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국가에 론칭하는 경험은 많지만, 한 국가에 여러 브랜드를 꾸준히 확장해 가는 경험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도전을 더욱 즐겁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 영국의 유통사 Boots와 함께 진행한 캠페인.
‘뷰티를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 (Make more room for beauty)’는 컨셉으로 외벽광고를 입체적으로 구현해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Q2. 현재 아모레퍼시픽 영국 법인 법인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고 계신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과 북유럽 전체 매출과 손익을 책임지며 브랜드 운영, 유통 전략, 조직 관리까지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Boots, Space NK, Selfridges, Amazon, Sephora UK 등 주요 파트너와 협업을 직접 챙기며 현재 20여 명 규모의 팀을 이끌고 있고, 지속적인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영업과 마케팅 등 현장에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업무 비중이 컸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현지 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 설계와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Q3. 오랜 기간 해외에서 근무하고 계신데요. 현지에서 근무하며 국내와 가장 다르다고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또 해외 근무의 매력과 어려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영국의 업무 문화는 생각보다 담당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고, 각 영역에 대한 개인의 오너십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신이 맡은 분야의 성과와 진행 상황에는 매우 세밀하게 관여하지만, 그 업무가 조직 전체의 전략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는 비교적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영국은 명확한 역할과 책임(R&R)을 중시하며 실행력이 강한 반면, 한국은 팀 전체의 목표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문화를 강점으로 생각합니다. 실행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한국식 업무 방식처럼 여러 맥락과 배경, 이유를 너무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영역을 효율적으로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큰 목표를 달성하자’와 같은 감성적 결속보다는, 역할과 책임의 구분이 명확하고 지시와 피드백이 분명할 때 조직력이 더 잘 발휘됩니다.
현지에서 조직을 이끌며 이런 차이를 실감하고 있고, 팀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식 감성적 동기 부여보다 명확한 R&R과 피드백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영국의 유통사 Boots와 함께한 진행한 ‘Make more room for beauty’ 두 번째 캠페인 (지하철 광고).
Q4. Dr.G, Dr.Jart+,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 업계에서만 15년 이상 커리어를 쌓아오셨습니다. 처음 이 업계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한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처음 뷰티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내가 하는 작은 노력이 누군가의 일상적인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결점이 본인에게는 크게 느껴지는데, 그 부분을 조금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내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안정적이라기보다 운이 좋은 면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승부욕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승부욕은 타인을 향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해도 좋은 우리 브랜드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처음 유럽 시장을 두드릴 때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업계 네트워크도 거의 없었습니다. 링크드인으로 콜드메일을 보내고, 업계 사람을 만날 때마다 컨택 포인트를 물어보며 길을 찾았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는 오직 ‘이 브랜드를 유럽에 꼭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 브랜드를 론칭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왜 한국 뷰티 제품이 이렇게 뛰어난지를 궁금해하고, 한국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뷰티 편집 매장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짧지만 이 모든 변화를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으로서, 매일이 놀랍고 세상이 이렇게 빨리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 (좌) 영국 주요 뷰티 리테일러 Space NK의 옥스포드 매장 내에서 Laneige 브랜드 제품 영상이 상영되는 모습.
(우) AESTURA 브랜드의 세포라 론칭 현장
Q5. 국내 뷰티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동문님께서 현지에서 활동하시며 가장 중점을 두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해외 사업을 할 때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해외 고객에게 소개한다’는 출발점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왜 이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어떤 책임을 다할 것인지까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현지 고객을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본질적인 질문, 즉 우리가 이 시장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객들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의외로 잘 알고 있고, 결국 브랜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전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법인을 세우고 현지 실행력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함께 브랜드 이야기를 나누며 그 나라의 경제, 문화에 기여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결국 우리의 브랜드와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가 첫 번째라면, 사업을 키워가면서 그 사회에 무엇을 다시 돌려줄 수 있을지를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두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6.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돌아보셨을 때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 법인을 처음 세우고 초기 매출을 만들어가던 시기가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법인 설립, 인허가, 인력 채용, 물류와 유통사 협상까지 모든 과정을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해야 했습니다.
특히 새로 합류한 팀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젊은 팀이 각자의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비전을 설명하고 서로의 차이를 조율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저 역시 그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배우는 시간이었던 만큼, 에너지 소모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팀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리더가 모든 것을 정답처럼 제시할 필요는 없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 한국 뷰티 브랜드 최초로 코벤트 가든에서 진행한 팝업 행사.
일 평균 방문객 1,500명, 새벽 5시 30분부터 줄서기가 시작돼 평균 대기 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Q7. 앞으로 현재 직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더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영국과 북유럽에서 안정적인 조직을 구축하고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다양하게 넓히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브랜드·사업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기적으로는 현재의 K-Beauty 트렌드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때,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많은 한국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지만, 그 이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여력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인재들이 더 큰 책임을 맡고 스스로 브랜드를 이끌며, 또 다른 후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현지 인재가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과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몇 개의 브랜드를 영국 시장에 소개해 왔는데, 영국 법인에서 일하는 동안 더 많은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며 경험을 넓혀 갈 수 있다면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 블랙핑크 런던 웸블리 공연에 맞춰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해 VIP 박스에서 디너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Laneige 브랜드가 선사한 특별한 경험에 대한 감사 콘텐츠가 현지에서 다수 오가닉하게 확산됐다.
Q8. 해외영업이나 전략기획 직무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나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내가 먼저 그 방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가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제안할 때,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전에 제가 먼저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스스로 완전히 설득될 때까지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며, 그 방향성에 대해 제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야만 상대방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번째는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단순히 다양성과 포용을 말하는 수준을 넘어, 나와 상대방이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배척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서로의 배경을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9. 마지막으로 가톨릭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저는 후배들이 먼저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따라오고, 관심은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를 이끌며, 결국 더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몰입은 시야를 넓히고 통섭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이 세계적으로 이 정도 주목을 받은 시대가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의 기회는 모두 선배 세대가 쌓아온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 뷰티 제품을 들고 해외 시장을 두드렸을 때만 해도 왜 한국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했습니다. 뷰티의 본고장 프랑스, 장인 브랜드가 넘치는 이탈리아, 그리고 기술력이 뛰어난 독일과 경쟁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도 우리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K-Beauty뿐 아니라 백색가전,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같은 기술 산업은 물론 K-pop, 오징어 게임, 한식까지 전 세계가 한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던 신호들이었고, 그 신호를 하나로 엮어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후배 여러분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관심을 몰입으로 발전시켜 세상의 신호를 통합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키운다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 대외협력팀, CUK프렌즈 권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