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교통대 교수 이상희 동문 (생명공학전공 13)
- 작성자 :대외협력팀
- 등록일 :2025.10.14
- 조회수 :64
Q1. 안녕하세요, 이상희 동문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가톨릭대학교 생명공학전공 13학번 졸업생 이상희입니다.
생명환경학부에 2013년 입학하여 2017년 졸업하였고, 이후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나건 교수님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 과정을 통해 2022년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2025년 국립한국교통대학교에 임용되었습니다.
저는 생체재료를 기반으로 한 질병 진단 및 치료 플랫폼 개발을 주된 연구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체 및 병원 임상의들과의 협력을 통해 보다 임상 적용 가능한 생체재료를 개발하고, 세포 및 비임상 실험을 통해 그 효능을 검증하는 실질적인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2. 처음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실 때 어떤 계기나 고민이 있으셨나요? 학부 졸업 후 다시 모교 대학원을 선택하신 이유와 그 당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박사학위 후 교원이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문과에서 이과로 교차 지원해 진학하다 보니 공학 분야의 공부는 학부 과정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작은 목표를 세워 공부하고, 그 지식을 실험을 통해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하며 성취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제 성향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하나의 연구로부터 여러 연구가 파생되고, 국가나 산업체 과제를 통해 연구의 확장성과 기획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모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저를 가장 잘 이해하는 교수님들 아래에서 빠르고 확실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교 교수님들은 제가 학부 4년간 어떤 공부를 했는지 가장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연구 방향을 지도해 주실 수 있었고, 관련 연구 장비가 교내에 잘 갖춰져 있어 효율적으로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대학원 생활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쓰기보다는 연구의 본질과 방식을 배우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Q3. 다양한 연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에서 현재의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이 연구 분야를 선택했을 때는 사실 뚜렷한 이유보다는, 말 그대로 ‘뭔가 끌렸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비교적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성향이라, 신비한 기초과학을 탐구하기보다는 내가 한 연구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활용될 수 있는 연구인가를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치료법들은 왜 잘 듣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은, ‘그럼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내가 만든 재료는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할까?’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쌓이며, 결국 인체 내에서 작용할 수 있는 생체재료를 설계하고 체내에서의 그 거동을 관찰하는 연구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상상하고 세운 가설이 실제 실험 결과로 증명되고, 그 결과가 다시 공동연구로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할 때마다 이 분야의 매력과 명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4.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 연구에 ‘광역학 기술’을 접목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이 기술이 어떤 원리로 활용되는지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요즘은 ‘삭센다’나 ‘위고비’와 같은 체중조절 주사제를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약들은 모두 인크레틴 호르몬(GLP-1 및 GIP) 중의 하나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체중을 줄이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2017년 석사 과정을 시작하면서 이 약물의 작용기전을 공부하며 우리 몸의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또 다른 인크레틴 호르몬인 GIP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GIP는 정상 상태에서는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지만, 비만이나 제2형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지방을 축적하고 혈당 조절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GLP-1을 약을 통해 추가 공급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저항성이 생겨 약의 복용량을 높여도 효과가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GLP-1을 보충하는 대신, GIP의 과다 분비를 억제하면 어떨까?’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이를 위해 GIP를 분비하는 K-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광감각제를 설계했습니다. 이 광감각제가 K-세포에 흡수된 뒤, 내시경을 이용해 특정 파장의 빛을 쬐어주면 광감각제가 활성산소를 만들어내며 해당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원리입니다.
즉, 약물로 전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대신, 빛과 생체재료를 활용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포만 정밀하게 조절하는 광역학적 치료를 시도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기존의 비만 치료 접근법과는 다른 방향에서 대사질환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저에게도 매우 의미 있고 도전적인 연구로 남아 있습니다.
Q5. 나건 교수님이 이끄시는 ‘생체의료용 나노 소재연구실(NBR)’은 어떤 곳인가요? 연구실의 분위기나 선후배 간 협업 문화, 함께 연구를 이어온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지랖 넓은 예스맨들의 총집합’ 같습니다.
나건 교수님께서는 늘 저희의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십니다.
항상 박사의 비중이 높았고, 안전, 비품, 환경 관리 등 다양한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후배 간의 협력 문화가 자리 잡아 후배들은 선배의 조언을 구하고, 선배들은 후배의 도움을 받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습니다. 20명 남짓한 구성원들이지만, 서로의 연구 주제를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서로 오지랖이 넓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부탁을 잘하고, 또 부탁을 잘 들어주는 ‘예스맨’들이 됩니다. 사소한 일에도 양손 걷어붙이고 도와준 동료들과 선배님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6. 대학원 시절을 돌아봤을 때, ‘이 시간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요? 연구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하루가 성장의 과정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조금 알게 되었다고 착각하며 오만했던 시절, 그리고 여전히 배우고 있는 지금까지..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베이비 교수’라고 생각합니다.
Q7. 최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어떤 각오를 가지고 계신지, 앞으로의 연구나 교육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시작할 때는 과도할 정도의 열정으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요즘 느끼고 있는 이 감정들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한결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경험이 ‘정답’이 아닌 늘 새로운 것을 수용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주옥같이 발견해 자신을 사랑하고 평생 배울 수 있는 ‘단단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8. 연구자의 길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이 있을까요?
학위 과정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석사 2년, 박사 혹은 통합 과정의 5-6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닙니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일단 도전해 보세요!
Academic과 Industry 연구자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그 고민 자체가 이미 당신이 연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증거입니다. 가능하다면 해외 기관에서의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하루빨리 경험해 보세요. 그 시간을 통해 연구에 대한 나의 마음을 스스로 더 명확히 알게 될 것입니다.
Q9. 마지막으로 가톨릭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대외활동도 두 배로, 노는 것도 두 배로, 공부도 두 배로, 더 열정 가득한 대학 시절을 보내신다면, 어떤 단점도 성공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톨릭대에 있던 9년 동안 남경을 참 많이 먹었는데, 이 긴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 주신 당신 오늘 점심은 저 대신 남경 특제 탕수육을 꼭 드셔주세요!
●글/사진 : 대외협력팀, CUK프렌즈 김이수, 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