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시인(국어국문학 86)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7
    조회수 : 2196

  • 김소연 시인(국어국문학 86)




    시인이 바라보는

    외로움과 사랑


    김소연 시인(국어국문학 86)


    “나를 찾는 ‘자아 찾기’는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줄 아는 면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마주하는 ‘외로움’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소위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편리함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그 상자를 열어보기 위해서는 외로움이라는 포장지를 뜯어봐야만 했다. “스마트 시대의 대표 격인 스티브 잡스는 인류에게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가 펼친 스마트 시대는 ‘외로움의 진가’가 사라진 시대가 되었죠. 10여년 쯤 전에 스마트폰이 사람들 손에 쥐어 질 무렵 심보선 시인과 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어요. 스마트폰을 통해 인간의 삶과 언어가 자꾸만 압축되어가는 과정에서 문어는 새로운 형태로 변해갔지만 사람의입술을 통한 구어는 눈에 띄게 죽어가고 있어요.” 김소연 동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인과 시의 가치가 살아난다고 이야기 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짧은 단문과 약어를 주고 받으면서언어는 점점 가난해지고 굶어가고 있죠. 시인은 언어를 새롭게 바라보고 잃었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라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에서 시가 더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손가락질 몇 번으로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세상. 사람들은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이라는 상처에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쇼핑, 데이트 앱이나 유튜브 같은 욕망의 세계를 클릭하죠. 물론, 외로울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에겐이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누구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애를 쓰고 살잖아요. 현대인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으로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지만,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스마트 시대에서 외로움이란 이처럼 대단한 욕망의 덩어리이기도 해요. 제 경우에는 소셜 앱을 설치하긴 했는데 나의 외로움으로 인해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느순간 약이 올라 안하고 있어요.(웃음)” 그녀가 처음 마주한 외로움은 무엇이었을까.
    한참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고향에살던 어린시절의 경험을 꺼냈다. “저는 어렸을때 경주에 살았어요. 지금의 보은단지 쪽이죠.당시에도 경주는 유명 관광지였어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 관광객도 많았죠. 동네에서 놀고 있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1달러 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주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그렇게 받은 1달러가 참 낯설었어요. 어디에서 쓰는 지도 모르는 1달러를 그냥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게 기억나요. ‘우리 동네에서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그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지금도 잊히질 않아요.”

    시인으로 산다는 것 

    밤 새워 무언가를 쓰던 소녀가 중년 여성 작가가 되어 시를 쓰는 시인의 삶을 살기까지. 그녀에게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감각을 무디게 할 필요가 없었어요. 오히려 날이 잘 서있는 사람으로 살았죠. 사실 잃은 것도 많아요. 시인이라는 형식은 이루었으나 그 외에 꿈들은 유실되었다고 할까요. ‘유실된 상태로 꿈을 이루었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네요.”
    그녀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시집 사이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있다. 그 사이 김소연 시인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져있을까. “시집을 내는 것만이 꿈이었는데 서른 무렵 첫 번째 시집을 내자 이내 허무해졌어요. 두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저는 ‘웃는 책’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시인으로 살면서 사고 모은 어린이를 위한 책들을 그냥 한 곳에 모아 도서관을 만들고 아이들과 읽고 얘기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제는 대학생 나이가 된 당시에 함께했던 친구들을 가끔 만나면 즐거워요. 이 친구들은 ‘웃는 책’에서 추억도 많고 도움도 받았기에 선생님의 도서관을 다시 꾸려주고 싶다고도 해요.” 
    김소연 시인이 바라보는 눈길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녀는 얼마전 산문집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세상에 냈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어쩌다 가끔 선배인 김해순 시인을 찾아가 엄살을 떨어요. 10년 전 쯤 그분께서 ‘여자 시인에게는 문지방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적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을 내치지도 괴롭히지도 말고 그저 내버려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 명의 적은 아마도 ‘가부장제’가 아닐까 싶어요.
    여자가 사랑할 때 짊어지는 고단함 같은 거, 여자들만 이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른이열어줄 수도 없는 그 ‘빗장’ 하나만 살짝 열어보자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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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 2023-08-24